GE부터 국민은행까지 ‘성과 부진 직원’ 관리 노하우를 보니…
우리 기업들은 지난 십수 년간 ‘상위(上位) 10%’에 주목해 왔다. 1등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핵심 인재를 개발해야 한다는 것. 이건희 삼성 회장의 이른바 ‘천재론’도 그런 것이다. 최상위 1%가 나머지 99%를 먹여 살릴 것이라는 이론은 입증되고 있는 듯하다. 삼성은 한국 경제를 이끌어가는 대표주자가 됐으며 그런 삼성을 만든 것도 핵심 인재들이었음을 부정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다. 해마다 ‘1등 LG’를 비전으로 제시하는, 재계 2위의 LG도 결국 그 방법은 인재에서 찾고 있다. 모두들 상위 10%, 최상위 1%를 키우고 관리하는데 기업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그런 인재를 내부에서 키울 수 없다면 밖에서 영입하는 것도 더 이상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그런 인재론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 인사 관리 전문 업체인 인사전략연구소의 조사(2004년) 결과에 따르면 국내 기업 인사담당자 10명 중 8명이 ‘핵심 인재가 이탈할 것을 심각하게 우려한다’고 응답했다. 그만큼 기업들이 핵심 인재에 집착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이처럼 핵심 인재에 대한 기업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기업들은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주는 등 핵심 인재를 특별히 우대하는 프로그램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기업뿐 아니라 정부도 ‘인적자원개발기본계획(2006년)’을 통해 차세대 성장 동력 분야에 1만 명의 핵심 인재를 육성한다. ‘두뇌한국21(2006년)’을 통해 2만 명의 우수 연구 인력을 육성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는 사이 우리 기업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었다. 바로 ‘하위(下位) 10%’다. 상위 10%에 관심이 집중되는 동안 하위 10%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 지에 대해 먼저 이야기를 꺼내는 기업은 없었다. 그동안 상위 10%가 기업을 이끌어간다는 주장에 밀려 하위 10%가 기업 성장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는 묻혀버린 듯하다. 그런데 이런 목소리가 터져 나온 곳은 기업이 아니라 대학이었다. 최근 서울대 자연대가 교수 심사 때마다 하위 20%를 탈락시키는 제도를 올 2학기부터 시행하기로 한 것이다. 심사에서 탈락한 교수는 이후 4~5년 동안 승진하지 못하면 교수직에서 완전 퇴출된다. 이런 조치는 여간 파격적인 것이 아니다. 최근 3년간 전국 46개 국·공립대의 교수직 정년보장 심사 통과율은 99%가 넘었다. 하위 1%도 건드리지 못하던 ‘형식적’ 심사가 이제 20%에까지 ‘실질적’ 검증을 하게 된 것이다. 서울대 자연대의 이런 파격적인 ‘교수 퇴출제’는 세계적 추세로 보면 그다지 충격적인 것은 아니다. 미국 하버드대나 MIT 등 세계 일류대학들의 교수 재임용 탈락률이 50%에 이르고 있다. 이는 국내 최고의 대학임을 자부하는 서울대가 그에 걸맞은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지 못한 이유이기도 했다. 서울대 자연대는 이번 ‘교수 퇴출제’ 도입을 위해 삼성경제연구소로부터 컨설팅까지 받았다. 대학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안을 기업 경영에서 모색한 것이다. ‘하위 20%’에 대한 특단의 조치는 이렇게 해서 나왔다. 그러나 정작 기업들은 어떤가. ‘012부대’를 아시나요
문제는 이‘012부대’의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012부대 규모는 전체 영업사원의 10%를 넘어설 추세다. 더 큰 문제는 차를 한 대로 팔지 못한 영업사원도 연봉의 70%를 기본급으로 가져가고 있다는 데 있다. 회사로서는 적잖은 손실이다. 가령 2000만원짜리 차를 한 대 팔아 400만원 정도의 영업이익을 남긴다고 하자. 이론상 기본급이 4000만원인 영업사원은 1년에 10대를 팔아야 회사로서는 수지가 맞는 셈이다. 그런데 판매실적은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월급은 꼬박꼬박 지급해야 한다. 결국 회사는 앞으로도 뒤로도 남는 장사가 아닌 것이다. 그렇다고 판매실적이 부진하다는 이유로 이들을 해고할 수도 없다. 노조의 눈치를 봐야 하기 때문이다. 회사에서는 이들의 실적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으라고 지점장들을 몰아세우지만 달라지는 것은 별로 없다. 한 지점장은 “이들에 대한 특별교육도 차별대우의 논란을 불러올 수 있어 쉽지 않다”고 호소한다. 또 다른 지점장은 “현재로서는 회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더 이상 판매사원을 채용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하기까지 한다. 판매실적 ‘하위 10%’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는 현대차 국내영업본부의 최대 고민거리가 됐다. 이제 우수판매사원 10명을 키우는 것보다 한 명의 판매부진 사원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가 더 중요한 과제가 된 것이다. 내수 기반이 튼튼해야 수출도 잘 되는 법이다. ‘012부대’가 갈수록 커진다면 정몽구 회장이 꿈꾸는 ‘글로벌 톱5’ 달성에도 차질이 생길지 모를 일이다. 물론 판매실적 부진자는 현대차만의 고민은 아니다. 다른 자동차업체들의 경우 영업사원에게 지급하는 기본급 비율이 현대차에 비해 다소 낮기는 해도, 이른바 ‘012 고민’이 전혀 없는 게 아니다. 이런 실적 부진자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 단계에 이미 이르렀다. 글로벌 기업들은 성과 부진자를 ‘C-Player’라고 부른다. ‘C-Player’는 기업이 추구하는 목적을 달성하는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구성원으로 분류된다. 성과 부진자들을 관리해야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기업이 성과 부진자들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을 경우, 우선 조직 성과의 질이 떨어져 경쟁력을 상실하게 될 우려가 있다. 만약 관리자급이 성과 부진자 그룹에 속해 있는 경우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그런 관리자는 부하 직원들에게 좋은 역할 모델이 될 수 없다. 코치나 멘터의 역할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된다. 그런 관리자에게서 일을 배운 직원은 운이 좋아 관리자가 되어도 여전히 성과 부진자 그룹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성과 부진자들은 업무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기 때문에 다른 구성원들이 이들의 업무까지 떠맡게 될 소지가 있다. 이는 성과가 좋은 구성원들의 조직 만족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 이 때문에 성과 부진자는 어떤 식으로든 관리를 해야 한다. ‘하위 10%’를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은 제너럴 일렉트릭(GE)의 전 회장인 잭 웰치의 ‘활성곡선(Vitality Curve)’에서 나온 것이다. GE 회장으로 부임한 잭 웰치는 거대한 공룡을 살리기 위해 조직을 상위(Top) 20%, 중추부(The Vital) 70%, 하위(Bottom) 10%로 나누었다. 그리고 상위 20%는 핵심 인재로 구분해 중점 관리하고 중간 70%는 육성했다. 그러나 나머지 10%는 정리했다. 하위 10% 정리는 매년 계속돼 왔다. 가장 활성화되는 계층은 중간 70%로 이들이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 잭 웰치의 주장이다. 나는 사람 자르는 ‘정원사’ 여기서 나온 것이 이른바 ‘상시퇴출제도’다. 잭 웰치는 이 민감한 인사관리 정책을 무리없이 정착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말 그대로 하위 10%의 성과 부진자를 지속적으로 관리해 퇴출시켜 조직의 신진대사를 촉진시키는 제도다. 그는 자신을 ‘정원사’(gardener)라 부르며 “나는 유능한 인재들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물과 비료를 주는 역할도 하지만 나무와 풀이 자라는 데 방해가 되는 잡초를 제거하는 역할도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잭 웰치는 회장 취임 후 60억 달러어치 사업 100개를 정리하며 15만 명을 해고, ‘중성자탄’이라 불렸다. 그러나 매년 20억 달러를 투자하며 기업에 활력을 불어넣은 결과, 20년간 GE의 시장가치를 40배나 증가시킬 수 있었다. 삼성전자의 이른바 ‘메기론(論)’도 잭 웰치의 활성(곡선)이론과 맥이 닿아 있다. 미꾸라지가 모여 있는 웅덩이에 메기 한 마리를 풀어 넣으면 미꾸라지들이 메기에게 잡혀 먹지 않기 위해 움직임이 기민해지고 팔딱팔딱 살아 있어 통통하게 살이 찐다는 것이다. 체력이 떨어진 하위 10%의 미꾸라지는 메기의 밥이 되고 말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삼성전자가 실적이 저조한 하위 10%에 대해 어떤 특별한 관리를 하고 있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해마다 상위 10%에 대한 파격적인 성과급을 주었다는 얘기만 화제가 되고 있다. 닛산자동차 CEO로 부임한 카를로스 곤의 별명 중 하나는 ‘코스트 커터(Cost Cutter)’다. 비용이 될 만한 모든 것은 냉혹하게 잘라낸다고 해서 붙은 별명이다. 그는 실적이 저조한 인력에 대해서도 ‘칼’ 같은 구조조정을 했다. 직원뿐 아니라 임원들도 그 칼을 피해갈 수 없었다. 그는 한때 “결재서류에 도장만 찍고 사사건건 시비를 거는 암적인 존재는 과감하게 쫓아냈다”고 말하기도 했다. ‘코스트 커터’의 효과는 엄청났다. 6600억원의 적자를 보던 파산 직전의 닛산은 1년 만에 3조3000억원의 흑자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성과가 부진한 직원에게 훨씬 더 냉정하게 대하는 경영자들도 있다. 20세기 초 NCR의 창업주 존 패터슨은 실적이 부진한 임원을 해고할 때 그 임원의 책상과 의자를 회사 잔디밭으로 가져가 불태우기까지 했다고 한다. 스타TV 등을 소유한 미디어 그룹 ‘뉴스코퍼레이션’의 회장 루퍼트 머독도 느닷없이 한밤중에 실적이 부진한 직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해고를 통보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았다. 자다가 일어나 회사에서 잘린 기분이 어떻겠는가. 골드먼삭스 회장 행크 폴슨은 전 임직원들에게 “우리 회사는 15∼20%의 사원들이 80% 이상의 성과를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잘 모르는 직원들도 있었다. 그러나 이 말을 뒤집으면 80∼85%의 직원들은 구조조정 대상이라는 뜻이다. 그의 임기 내내 임직원들은 해고당할까봐 가슴을 졸여야 했다. 하위 10%에 대한 정반대의 경영전략도 있다. 일본 샤프는 요즘에도 전 직원들의 종신고용 전략을 강조한다. 마치다 사장은 “일본의 샐러리맨들이 다음은 (해고대상이)자기 차례라고 생각하는 지금이야말로 종신고용을 확립해야 할 때”라고 역설한다. 그렇게 주장하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경쟁사들에 대해 기술우위를 유지하려면 숙련된 기술자의 유출을 막아야 했고, 이를 위해 종신고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적이 부진한 직원들을 잘 관리해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한 기업들도 눈에 띈다. 선트러스트 뱅크(SunTrust Banks)는 실적 부진자들을 교육하고 관리하는 데 집중 투자한 결과 기업 성장률을 4%에서 10%로 높일 수 있었다. 하이테크 기업인 애플라(Applera) 역시 실적 부진자들을 특별관리해 3년 동안 시장 점유율을 세 배나 늘릴 수 있었다. 백과사전 세일즈맨으로 출발해 조그만 출판사를 매출 2조원대 그룹으로 키운 윤석금 웅진 회장은 잭 웰치 ‘신봉자’임에 틀림없다. 스스로도 GE의 경영방식을 벤치마킹하고 있다고 말한다. 윤 회장은 적자가 나는 사업은 무조건 접는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 흑자가 난다 해도 반드시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가 생각하는 사업 경쟁력은 언제나 상대적이다. 1위와 격차가 많이 난다면 2등도 3등도 그에게는 모두 ‘하위’다. 그는 계열사 사장들에게 “1등 할 자신이 없으면 당장 그만두라”고 말할 정도다. 국민銀, ‘성과 잣대’로 잘라 ‘하위 10%’정리는 이른바 ‘철밥통’으로 불리는 공무원 조직에서도 화두가 되고 있다. 지난해 9월 기획예산처는 중앙행정공무원의 10%인 2만8360여 명을 1차 퇴출 대상으로 발표했다. 예산처는 현재 성과가 저조한 공무원을 퇴출시키는 방안을 마련, 핵심 인재(10%), 준핵심 인재(10%), 잠재적 인재(15%), 보통 인력(45%), 성과 미흡자(5%), 퇴직 준비 대상자(5%)로 나눠 하위 10%인 성과 미흡자와 퇴직준비 대상자는 퇴출 대상자로 분류하고 있다. 1차 퇴출 대상자를 모두 퇴출한다고 가정할 때 무려 1조9000억원의 예산이 절감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산처는 추정하고 있다. 실적이 저조한 공기업들도 예외는 아닐 것 같다. 지난해 11월 전윤철 감사원장은 “역사적 임무를 마친 공기업은 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전 원장은 또 “공공부문은 아직도 방만하게 경영하면서 노조와 적당히 타협하는 등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며 공기업을 강도 높게 비판, 당시 진행 중인 감사 결과에 따라 공기업의 무더기 퇴출이 이뤄질 수 있음을 예고했다. 공기업 중 시대 흐름을 못 맞추는 기업들은 퇴출돼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당시 그는 “잭 웰치가 GE를 세계 일류 기업으로 만든 것은 해선 안 될 기업들을 정리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공무원에 대한 잭 웰치식 ‘하위 10% 퇴출’은 지난 2004년에 처음 제기됐다. 당시 재정경제부는 2005년부터 다면평가 결과 하위 10%에 속한 국·과장은 보직에서 퇴출시킬 방침이라고 밝혔었다. 재경부 국·과장 자리가 80여 개인 만큼 해마다 국·과장 8명이 자리에서 쫓겨나게 되는 셈이었다. 물론 1년간의 재충전 기회를 통해 ‘패자부활전’에 나설 수는 있게 했지만, 당시 어느 부처도 시도하지 않은 파격 방안이었다. 이전에 나왔던 ‘탄력근무제’가 그러했듯, 재경부가 이 제도를 도입하면 전 부처로 확산될 가능성이 컸던 만큼 다른 부처들에도 하위 10% 퇴출의 위기감이 확산됐다. 그러나 기업들의 경우는 좀 다르다. 97년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국내 기업들은 구조조정 차원의 대규모 인원 감축을 진행해 왔다. 하지만 당시의 인원 감축은 성과나 실적을 기준으로 한 퇴출이었다고 보기 힘들다. 주로 나이와 나이에 비례한 연봉을 그들의 성과보다 우선적으로 적용한 감이 없지 않다. 신속하게 비용을 줄여야 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런 기준이 현재까지 유효하게 적용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는 한국의 노동 유연성이 낮기 때문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의 경영컨설턴트인 브래드 스마트는 『탑 그레이딩』이라는 책에서 “평균적으로 고용 실패에 따른 비용은 그 직원 연봉의 다섯 배”라고 주장한다. 그는 간부의 경우에는 고용실패 비용이 더욱 커지는데, 10만 달러 미만 연봉자를 잘못 고용할 경우 들어가는 비용이 평균 84만 달러라면, 10만~25만 달러 연봉자의 경우 비용은 470만 달러로 급증한다고 밝히고 있다. 인사권자들은 이들을 해고하고 싶어도 직원의 조직적 불만을 우려해 자연퇴출을 유도하게 마련이다. 자연퇴출이 이뤄지지 않으면 퇴출 대상자는 자리를 지키게 된다. 무능한 인력을 퇴출시키고, 적절한 인재를 배치하는 것은 경영자의 권한이지만, 의무이기도 하다. 국내 기업들이 성과 부진자를 어떻게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때가 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성과 부진자를 명확하게 구분한다는 것은 매우 민감한 부분이다. 이는 평가자들이 가장 어려워하고 꺼리는 것이기도 하다. 특히 온정주의적 정서가 강한 국내 기업들의 상당수가 이러한 이유로 지금까지 성과 부진자 관리를 방치해온 측면이 있다. 성과 부진자를 관리하는데 잭 웰치의 ‘하위 10% 퇴출’ 방식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다소 위험할 수 있다. GE의 상시퇴출제도는 성과 부진자 관리의 성공 사례로 떠오르면서 미국 기업들이 GE의 제도를 벤치마킹했었다. 그러나 그중에는 실패하는 사례들이 적지 않게 나타났다. 상시퇴출제도 도입 초기에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충분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상시퇴출제도 도입시에는 고용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직원들의 사기를 극도로 떨어뜨릴 수 있다. 이는 결국 조직에 대한 전반적인 불신을 가져와 우수한 직원들에게까지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그러다 보면 우수한 인재들이 보다 안정적인 다른 기업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을 수도 있다. 직원들간 지나친 경쟁을 불러와 단기 업적주의가 팽배해지고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를 막을 수 있다. 상시퇴출제도를 도입할 경우에는 조직의 문화와 정서를 고려하고, 부작용을 억제할 수 있는 효과적인 운용 방안을 사전에 충분히 연구할 필요가 있다. 성과 부진자를 무조건 퇴출 대상자로 보는 것도 위험할 수 있다. 하위 10%를 무책임하게 내보내서는 안 된다. 성과 부진자 관리의 가장 마지막 단계는 퇴사 후까지 내다보고 준비할 수 있도록 회사가 지원해주는 것이다. 적절한 퇴출 제도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기업은 그 특성상 성과가 개선되지 않는 구성원에게 한없는 아량을 베풀 수는 없다. 기업은 성과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집단이기 때문에, 조직의 흐름을 위해서라도 성과가 극히 나쁘면서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 구성원들을 퇴출시킬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만 퇴출 제도를 마련할 때는 퇴출 대상자인 성과 부진자들이 자신들의 능력과 적성에 맞는 다른 일을 찾기까지 모든 과정에 대한 전직지원(Outplacement) 서비스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미국 기업의 80% 이상이 전직 지원 서비스 차원에서 전직 및 재취업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다. 전직 지원 프로그램에는 구직 지원 활동뿐만 아니라 퇴출자와 그의 가족들에 대한 심리적 스트레스 관리도 병행한다. ‘하위 10%’ 인력의 상시퇴출제도를 운영하는 GE 역시 퇴출 대상자들이 새로운 직업을 찾을 수 있도록 돕고, 다양한 재취업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도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이런 전직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는 있지만 성과 부진자들에 특화된 것은 아니다. 성과 부진자들에 대한 관리 원칙을 세웠다면 중간에 어떤 어려움이나 시련이 닥쳐도 실행해내야 한다. GE가 하위 10% 퇴출 방안을 수립한 지 3년이 되던 해에는 이직 예정이었던 구성원 이름부터 심지어 평가 2주 전에 사망한 사람의 이름까지 하위 10% 명단에 올라왔다고 한다. 그러나 잭 웰치는 포기하지 않고 하위 10% 명단을 끊임없이 요구하고 그러한 퇴출 원칙을 엄격하게 유지했다. 그 결과 10% 퇴출 방안은 현재 GE의 대표적 인사 정책으로 자리잡게 됐다. 만약 기업들이 성과 부진자 관리상의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하고 단기간에 제도를 변경하거나 없애버린다면 단기 제도의 희생자만을 속출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기업이 일관적이지 않게 제도를 시행하면 구성원들의 불신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특히 퇴출 제도에 대한 시행이 원칙없는 임시방편적 위기관리 방안으로 머물지 않게 하는 게 중요하다. 패자부활전에서도 실패한 구성원에 대해 기업은 적절한 퇴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기업은 그 특성상 성과가 개선되지 않는 구성원에게 한없는 아량을 베풀 수 없다. 성과 부진자들에 대한 역량 제고 같은 특별한 관리가 핵심 인재 관리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스타 플레이어만으로도 조직의 성과가 높아진다면 상관없겠지만, 기업은 축구나 야구 팀과 같이 구성원 전체의 시너지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성과에 대한 관심과는 달리 지금까지 우리 기업은 성과 부진자를 그대로 방치하거나 그저 나가기만을 기다리는 수동적 태도를 취하지 않았나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제 기업은 성과 부진자들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그들의 숨겨진 능력이 발휘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적극적 태도를 취할 필요가 있다. 국내 기업 중에도 ‘하위 10% 퇴출’의 성공사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1월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안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던 국민은행 노사가 극적으로 희망퇴직을 통한 인력감축에 합의한다. 사측이 감원 규모를 3000명 선으로 줄이고 24개월치의 특별퇴직금 등 상당 수준의 위로금을 주는 대신, 노측은 ‘생산성 향상을 위한 10% 감원’에 동의한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퇴출 기준이 나이가 아니라 실적이었다는 데 있다. 당시 국민은행은 규모는 국내 최대였지만, 생산성은 선두 은행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당시 국민은행의 낙후한 경영 현실에 대해 노사는 위기의식을 공감했다. 노사는 성과 부진자·장기 승진 누락자·징계 경력자·후선배치 인력 등을 중심으로 감원 대상자를 선정했다.
GE와는 달리 맞춤 신사복 업계의 최대 할인 유통업체인 맨즈웨어하우스는 역량 제고 관점에서 성과 부진자를 관리하고 있는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객관적 기준으로도 별로 뛰어나지 않은 조직 내의 인력을 대상으로 그들의 잠재 능력을 끌어내기 위한 노력에 중점을 두고 있다. 가능한 한 구성원들에게 많은 기회를 주어 그들이 긍지를 가질 수 있도록 대우했다. 그 결과 애사심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한국 기업의 경우, GE의 냉정한 퇴출 제도보다는 구성원의 능력 제고에 초점을 맞춰 구성원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의 현실에 맞는 ‘하위 10%’ 관리 전략을 찾아내야 하는 것이 관건이다. 미국계 인사전문 컨설팅업체 타워스페린 한국지사의 송계전 컨설턴트(부사장)는 “잭 웰치는 ‘성과를 내지 못하는 직원을 붙들고 있는 것은 그 직원을 위한 것이 아니다’고 했다”면서 “성과 부진자도 보다 더 많이 실력 발휘를 할 수 있는 직장을 찾으려고 각성해야 하며 전직하는 동안 국가의 지원책도 더욱 보강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하위 10%’에 해당하는 성과 부진자들도 새로 깨달아야 한다. ‘계구우후(鷄口牛後)’라는 말이 있다. 닭의 부리가 될지언정 소의 꼬리는 되지 말라. 즉 큰 집단의 말석보다 작은 집단의 우두머리가 낫다는 뜻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직장인이 뱀의 머리가 되기보다는 용의 꼬리가 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머지않아 대기업들의 ‘용 꼬리 자르기’가 시작되면 그때는 뱀 꼬리도 되기 어려운 신세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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