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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GA의 어제③]대중 스포츠로 도약

이지연 2019-01-02

1991년 매경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한 최상호가 갤러리를 향해 공을 던지고 있다. 최상호는 KPGA 통산 43승을 거두며 골프의 대중화를 이끈 장본인이다.[KPGA]

골프는 1980년대부터 대중 스포츠로 본격 성장했다. 1980년 7개에 불과했던 한국 프로 골프 대회는 1982년 8개, 1983년 9개로 늘었고 1985년에는 10개가 됐다. 1986년에는 11개 대회가 개최됐다. 긴 겨울을 감안하면 한 달에 한 번 꼴로 대회가 치러져 프로 골프 시대가 열린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프로 골프 대회는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더 많아졌다. 1996년에는 14개로 불어났고 이런 성장세는 2000년대까지 이어졌다.

메이저급 대회의 등장

1981년 창설된 신한동해오픈골프선수권대회는 국내에서 열린 단일 스폰서 대회 중 가장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대회로 자리 잡았다. 이 대회는 일본 간사이 지방에 거주하던 재일동포 골프 동호인들이 모국의 프로 골프 발전 등을 목표로 처음 만들었다. 초대 대회의 총상금은 1500만원, 우승 상금은 300만원으로 그 규모가 깜짝 놀랄 만큼 컸다.

신한동해오픈골프선수권대회의 창설 당시 이름은 동해오픈골프선수권대회였다. 재일동포들이 고국을 바라볼 때 보이는 곳이 동해였기 때문에 생긴 이름이었다. 그러다가 1989년 신한은행이 스폰서를 맡으면서 신한동해오픈골프선수권대회로 명칭이 바뀌었다. 1997년 IMF 외환 위기를 겪으면서 17회 대회 이후 잠시 중단됐지만 2000년 부활했고, 스폰서인 신한은행이 종합금융그룹으로 바뀌는 2003~2004년 두 해를 쉰 다음 2005년부터는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이어져오고 있다.

신한동해오픈은 2000년부터 2002년까지 3년간 아시안투어와 공동주관으로 열렸고, 그 이후 KPGA의 단독 대회로 열리다가 2016년부터 다시 아시안투어와 공동주관하게 됐다. 한국의 강자들 뿐만 아니라 아시아의 강호들이 총출동하는 글로벌 대회다.

신한동해오픈은 창설 때부터 상금이 컸기 때문에 프로 골퍼들 사이에서 ‘꼭 우승하고 싶은 대회’로 꼽혔다. 더욱이 2015년부터는 한국오픈 KPGA선수권대회와 함께 우승자의 코리안투어 시드 출전권이 5년으로 확대됐다. 명실상부한 메이저 대회로 인정받은 것이다.

1982년 4월 창설된 매경오픈 골프선수권대회 역시 전통을 자랑하는 메이저급 대회다. 매일경제신문사가 만든 이 대회는 1982년 매경오픈 겸 아시아골프서키트라는 이름으로 출발했다. 아시안투어를 겸해서 치러지며, 매 시즌 초반에 남서울CC에서 열리는 게 전통이다.

1982년 초대 대회는 서울CC에서 열렸다. 당시 최다인 총상금 9만달러, 우승 상금 1만5000달러가 걸렸고 337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대회였다. 두 번째 대회가 열린 1983년에는 첫 대회보다 5개국이 더 늘어난 18개국의 선수들이 참가해 성황을 이뤘고, 1985년 남서울CC에서 열린 대회는 총상금이 12만달러로 늘어났다. 1회 대회에서는 재일본 아마추어 김주헌이 우승해 화제가 됐고, 그 이후 외국 선수들이 우승컵을 가져가다가 1990년 9회 대회에서 이강선이 한국 프로 선수로는 처음 우승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로 힘든 시기에 생겨나 중단 없이 대회를 이어온 SK텔레콤오픈도 굳건한 역사를 세워가고 있다. 또 현재는 열리지 않지만 21회를 치른 포카리스웨트오픈, 16회의 팬텀오픈, 14회의 챔피언시리즈와 13회의 SBS골프최강전 등은 10여 년 동안 한국 프로 골프를 발전시켜 온 자양분이었다.

좋은 대회가 많이 열리면 훌륭한 선수들도 나오게 마련이다. 프로 골프 태동기만 해도 한국 골프팬들은 주한 미군과 대만·일본 선수들이 우승하는 대회를 지켜봐야 했다. 그러나 이제 한국 선수들은 세계 어느 선수와 겨뤄도 손색없는 기량을 인정받고 있다. 또한 한국 투어는 한국 선수들 뿐만 아니라 외국 선수들에게도 글로벌 무대로 뻗어갈 수 있는 탄탄한 디딤돌이자 글로벌 스탠다드를 갖춘 빅 투어로서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

협회 행정과 마케팅의 선진화

대회수가 늘어나고, 좋은 선수가 쏟아지는 동시에 한국프로골프협회의 체계와 행정도 자리를 잡아나갔다. 협회는 이미 1972년에 연덕춘을 회장으로 추대하면서 후원 기업인 이사장 시대를 일찌감치 마감했다. 2대 연덕춘에 이어 3대와 4대 박명출, 5대 김복만, 6대 한장상, 7대 이일안, 8대 홍덕산, 9대 강영일, 10대 김승학, 11대 문홍식 등 프로 골퍼가 회장을 맡으며 프로 골퍼가 중심이 됐다.
2004년에는 12대 회장으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취임했다. 박 회장은 허정구 초대 회장에 이어 두 번째로 프로골퍼가 아닌 전문경영인으로서 회장직에 올랐다.

박 회장 취임 뒤 2005년 SBS 코리안투어가 출범되면서 투어는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2004년까지 8개 대회가 치러졌지만 2005년에 그 2배인 16개 대회가 치러졌다. 박 회장이 2007년까지 12~13대 회장직을 역임하는 사이에 삼성, 한진, GS 등 국내 대기업들의 대회 창설이 활발해지면서 2008년에는 19개 대회가 열렸다. KPGA 코리안투어는 이를 통해 미국, 유럽, 일본에 이은 세계 4대 투어의 기틀이 마련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업들의 대회 유치와 골프 마케팅이 본격화된 시기도 바로 이 때였다. 그리고 급증한 회원들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1부투어 외에 2부, 3부 투어 같은 하부 투어는 물론 시니어 투어도 출범하면서 내실을 더욱 다져 나가기 시작했다.

국내 투어의 규모가 커지고 내실이 깊어지면서 한국에 진출하려는 외국인들을 위해 국내 투어의 문호를 개방하는 해외 퀄리파잉(Q)스쿨이 2006년에 처음 열렸다. 호주 출신의 마크 레시먼과 앤드루 추딘, KPGA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앤드루 매킨지(호주) 등이 코리안 오픈의 꿈을 이룬 대표적인 스타들이었다. 레시먼은 2006년 KPGA 코리안투어 지산리조트오픈에서 우승한 뒤 미국프로골프협회(PGA)투어에 도전했고 4승을 거두면서 한국 무대를 발판으로 대성공을 거뒀다.

2007년부터는 선수들의 각종 순위가 전산화되면서 투어의 명확한 데이타화가 가능해졌고, 마케팅 툴로도 사용되는 계기가 마련됐다. 투어 인센티브 제도인 KPGA 코리안투어 포인트 시스템이 만들어지고, 최우수상인 대상 수상자에게 별도의 보너스를 지급했다.

박삼구 회장 이후 이명하, 황성하 등 프로 골퍼 출신이 다시 회장을 맡았고, 2016년에는 언론인 출신 양휘부 회장이 취임했다. 최근에는 능력 위주의 회장 선출이 추세가 됐으며 그에 따라 한국프로골프협회의 행정은 더 적극적인 마케팅, 해외 저변을 더 넓히는 것을 추구하게 됐다.

협회의 연륜이 쌓이면서 그동안 부정기적으로 치러지던 프로 테스트가 연간 두 차례 정기적으로 열리게 됐다. 또한 세미 프로, 레슨 프로, 2부 투어, 생활체육지도자 연수, 지방 지부, 시니어회 등 다양한 제도가 도입돼 정착됐다.

더 나아가 한국은 2015년 인천 송도의 잭니클러스골프장에서 미국과 인터내셔널팀의 대항전인 프레지던츠컵 대회를 아시아 최초로 유치하면서 국제 행정에서도 뚜렷한 기록을 남겼다. 적극적으로 대회수를 늘리고 대상 수상자에게 유러피언투어 진출 자격을 주는 등 글로벌 투어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회가 자주 열리고 상금 규모가 커지며 투어가 국제화된다는 것은 투어에서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실력을 갖춘 프로 골퍼가 돈과 인기를 동시에 누리는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는 뜻이다.

1980년대: 부와 인기를 동시에 잡은 스타들

온전히 프로 대회 상금만으로 부와 명예를 거머쥔 골프 스타는 최상호였다.
여섯 번 실패 끝에 1977년 일곱 번째로 응시한 프로 테스트에 합격한 최상호는 1978년 여주오픈에서 첫 우승을 차지하며 스타 탄생을 알렸다. 이 대회에서 최상호는 당대 최고 선수로 불리던 한장상 김승학을 꺾고 정상에 올랐다.

남대문시장에서 산 티셔츠와 바지를 입고 출전한 최상호는 우승 상금으로 300만원을 받았다. 어지간한 직장인 월급의 10배가 넘는 거액이었다. 당시 30평형 반포아파트 분양가가 1200만원이었고 대학교 1년 등록금이 20만원이었다.

최상호는 한 번의 우승으로 그치지 않았다. 2년 뒤인 1980년 쾌남오픈을 제패한 최상호는 1981년 2승, 1982년 3승, 1983년 3승, 1984년 2승, 1985년 4승, 1986년 4승, 1987년 2승 등 8년 동안 21회나 우승을 차지했다. 한마디로 1980년대 최고의 골프 스타였다.

최상호의 우승 행진은 1990년대로 넘어와서도 계속됐다. 1988년에만 우승 없이 보낸 그는 1989년에 1승을 보태더니 1990년 3승, 1991년 3승, 1992년 4승, 1993년 1승, 1994년 3승, 1995년 2승 등으로 이어졌다. 최상호가 1985년과 86년, 91년, 그리고 92년에 네 차례가 기록한 시즌 4승은 한 시즌 최다승 기록으로 남아 있다. 1991년 매경오픈부터 시작해 캠브리지멤버스오픈과 일간스포츠포카리오픈으로 이어지는 3개 대회 연속 우승도 역대 최다 연속 우승 기록이다.

2005년 매경오픈에서 통산 43승을 거둔 최상호.[KPGA]

20년 이상 우승 행진을 지속한 최상호는 국내 최다승(43승)을 거뒀고 2005년 매경오픈에서는 50세4개월25일이라는 최고령의 나이로 우승을 차지하면서 빛나는 이정표를 세웠다. 매경오픈 우승은 1라운드부터 6언더파 66타로 선두로 나서 나흘 내내 선두를 내주지 않은 끝에 거둔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이었다. 최상호는 2017년 GS칼텍스 매경오픈에서는 62세4개월1일의 나이로 컷을 통과해 역대 최고령 본선 진출 기록도 세웠다.

부와 명예를 손에 넣은 프로 골퍼는 최상호 한 명에 그치지 않았다. 늦깎이 이강선(8승)과 최윤수(11승), 조철상(7승), 조호상(6승), 임진한(5승), 이명하(5승) 등은 한장상과 김승학, 그리고 최상호로 이어지는 도약기와 황금기를 연결하면서 스타로 군림했다.

1997년 캠브리지 멤버스오픈에서 우승한 박남신.[KPGA]

최상호의 라이벌이자 후계자는 박남신이었다. 최상호보다 다섯 살 아래인 박남신은 1986년에 팬텀오픈을 제패하면서 최상호의 대항마로 떠올랐다. 박남신은 2007년까지 20년 동안 20번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아이언의 달인’으로 불린 박남신은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말까지 최상호와 프로 무대를 양분한 투 톱이었다. 박남신은 프로 테스트에 열 번 응시한 끝에 1982년에야 합격했다. 그리고 1988년에 시즌 2승, 상금 1위를 달성하며 그 해를 최고의 해로 만들었다. 공교롭게도 그 해 최상호가 무관에 그쳐 두 사람의 양강 라이벌 구도는 더 확연해졌다.

박남신은 1993년 월드컵 대회 때 나온 스코어 오기로 출전정지 징계를 받고, 2000년 교통사고로 부상을 당하는 등 굴곡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오뚝이처럼 부활해 ‘관록과 인내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그는 다른 선수들은 은퇴할 나이인 47세의 나이로 2007년 금호아시아나오픈에서 우승하며 국내 20승을 채웠다. 한국프로골프에서 박남신보다 더 많은 우승을 한 선수는 최상호 한 명 뿐이다.

1990년대: 최광수, 강욱순, 김종덕 등의 활약

최상호와 박남신 외에도 이 시대를 대표하는 스타들은 많았다. 한국프로골프 황금기는 최광수, 김종덕, 강욱순, 박노석, 신용진 등 1960년 이후 태어난 세대가 합류하면서 빛을 더했다. 1990년대 후반부터 프로 무대에 모습을 드러낸 이들은 빼어난 장타력과 연예인에 버금가는 경기 매너까지 더해 한국 프로 골프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1998년 SK텔레콤오픈에서 우승한 최광수.[KPGA]

최광수는 상금왕을 네 차례나 차지하며 15승을 올렸고 강욱순 12승, 김종덕 9승, 신용진 8승, 박노석 6승 등으로 그 뒤를 이었다. 1988년 프로로 데뷔한 ‘독사’ 최광수는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톱 플레이어로 군림했다. 1998년 시즌 2승을 거두며 처음으로 상금왕에 오른 최광수는 2000년에 현대모터마스터즈, 포카리스웨트오픈, 부경오픈에서 3개 대회 연속 우승을 차지하며 두 번째 상금왕에 올랐다. 3개 대회 연속 우승은 1991년 최상호에 이어 두 번째 나온 기록이었다.

2001년에도 2승을 거두며 세 번째 상금왕을 차지한 최광수는 45세였던 2005년에 한국오픈 역사에 길이 남을 드라마 같은 우승으로 네 번째 상금왕에 올랐다. 1라운드에서 6오버파를 쳐 커트탈락을 걱정했던 최광수는 2라운드에서 1오버파로 막아내면서 공동 55위로 막차로 본선에 올랐다. 그리고는 3라운드에서 7언더파의 몰아치기를 하며 순위를 공동 8위로까지 끌어올렸다. 최광수는 마지막 날 2타를 줄이며 아마추어 허원경과 연장을 벌였다. 그리고 우정힐스CC 소속으로 코스를 속속들이 알고 있었던 베테랑 최광수는 연장 첫 홀에서 파를 잡고 우승했다.

1989년 투어에 입회한 뒤 1995년에 일간스포츠오픈에서 첫 우승을 한 강욱순은 첫 승과 동시에 시선을 아시안투어로 돌렸다. 다른 선수들이 국내에서 열리는 아시안투어에 참가하는 것이 고작이었던 시대에 강욱순은 적극적으로 아시아 무대를 공략해 성공한 케이스였다. 1996년 한국인 최초로 아시안투어 상금왕에 오른 강욱순은 1998년에도 상금왕을 차지했다. 그리고 국내로 시선을 다시 돌려 1999년과 2002년에 상금왕에 등극했다.

1999년 일본 다이도드링코시츠오카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한 김종덕.[KPGA]

김종덕은 1989년 쾌남오픈에서 첫 우승을 차지했지만 1993년 캠브리지오픈에서 연장전 끝에 1인자인 최상호를 꺾고 우승하면서 톱 랭커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김종덕은 1994년에 매경오픈에서 우승했고 톱 10에 6번 들었다. 그리고 모든 대회에서 25위 내에 들면서 1인자였던 최상호를 위협했다.

1990년에 아시안투어의 문을 두드렸던 김종덕은 1996년까지 국내 투어에서 5승을 거뒀지만 이에 만족하지 않고 일본투어로도 눈을 돌렸다. 그리고 일본프로골프투어(JGTO)에서 4승을 거두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부산 갈매기’로 불린 신용진은 1982년 김해공군비행장내 골프장 코스 관리병으로 복무하면서 골프를 배운 뒤 1988년에 프로가 됐다. 1992년 일간스포츠오픈에서 첫 우승을 거둔 그는 프로 2006년 금호아시아나오픈까지 프로 통산 8승을 거뒀다. 2003년에는 우승 없이 상금왕에 오르는 이변을 연출했는데, 우승은 없었지만 11개 대회 중 10개 대회에서 모두 톱 5에 드는 불꽃 샷을 날렸다. 신용진은 부산은 물론 경남 지역을 대표하는 프로로서 동계 훈련도 부산에서 할 정도로 한 번도 이 지역을 떠난 적이 없다. 부산·경남 지역 팬들의 성원도 대단했고, 신용진의 팬 사랑도 컸다.

황금기를 연 최상호, 박남신, 최광수, 김종덕, 강욱순, 박노석, 신용진 등 ‘스타 군단’은 한국 골프사에도 의미 있는 현상을 남겼다. 이들은 모자에 기업 로고를 달고 각종 용품을 돈을 받고 사용하는 등 활발한 마케팅 활동도 벌였다. 프로 골퍼가 광고 매체 역할을 본격적으로 한 게 이들이라고 보면 맞다. 이들이 대중의 주목과 사랑을 받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또한 이 스타 플레이어들이 경기인으로서 돈과 인기를 끌어 모으자 이를 동경한 나머지 프로 골퍼의 길을 걷게 된 신세대가 나타나기에 이르렀다.

1990년대 후반 이후: 미디어 발전으로 슈퍼스타 등장

두 번째 황금기는 TV가 프로 골프 대회를 본격적으로 중계하면서 폭발했다. 선두 주자는 최경주였다.

2000년 슈페리어오픈에서 우승한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는 최경주.[KPGA]

1995년 팬텀오픈 우승으로 홀연히 나타난 최경주는 그 이듬해 한국오픈을 제패하며 상금왕에 올랐고 1997년에는 KPGA선수권대회를 석권하는 등 3승을 거둬 상금왕 2연패를 달성했다. 최경주는 한국에서 통산 16승을 따내 최상호, 박남신, 한장상에 이어 역대 다승 랭킹 4위에 이름을 올렸지만 1998년 이후엔 일본과 미국이 주무대였기 때문에 그 이전 세대와 동일 선상에서 국내 투어에서의 기록을 평가하기는 어렵다.

최경주 이전까지의 스타들이 ‘늦깎이’ ‘어려운 환경을 이겨낸 인간 승리’ 등을 키워드로 하고 있다면, 그 이후 세대는 좀 다르다. 좋은 환경에서 전문적인 훈련을 하면서 어린 나이 때부터 돌풍을 일으킨 신세대 스타들이 배출된다. 새로운 스타로 발돋움한 김경태와 배상문이 대표적이다. 아마추어 시절에 두 차례나 프로 대회 우승을 차지한 김경태는 2007년 신인 때 3승을 쓸어 담아 상금왕 신인왕 다승왕 등 4관왕에 올랐다. 김경태는 강경남. 김대섭과 경쟁하면서 한국프로골프의 황금기를 이끌었다.

그러나 한국프로골프는 금세 스타 기근에 빠져 들었다. 뛰어난 선수가 등장하는가 싶으면 곧 해외 무대로 진출하는 패턴이 서서히 고착됐기 때문이다.
최경주가 일본에 이어 미국으로 무대를 옮긴 뒤 양용은, 허석호, 장익제, 김형성, 김경태, 강경남, 배상문 등 재능있는 젊은 선수들은 전성기를 맞자마자 일본 미국으로 떠났다.

은퇴할 때까지 한국을 지킨 스타 선수라야 김대섭 정도가 손에 꼽을 정도로, 2000년 이후 한국프로골프는 해외 진출이 대세였고, 해외에서 일정한 성과를 낸 선수들이 한국프로골프의 중심 선수로 행세했다.

이지연 기자 eas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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