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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산업 진단&전망 5] 김윤경 WAAC 대표

남화영 2024-01-11

김윤경 슈퍼트레인 대표가 로고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사진=권상일]

“지난해 의류 브랜드 시장은 춘추전국시대였죠. 올해는 진검승부의 해라고 봐요.” 코오롱FnC에서 독립해 홀로서기 3년차인 의류 브랜드 왁(WAAC)을 이끄는 김윤경 슈퍼트레인 대표의 말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로 골프업계는 엄청난 호황기를 맞았고 수많은 골프 브랜드들이 생겨나면서 과포화 현상까지 발생했습니다. 지난해 초반부터 엔데믹으로 많은 분들이 해외 여행도 나가고 다른 스포츠도 즐기면서 골프 의류 시장이 정리되는 게 사실이죠. 그래서 올해는 제품력으로 승부하는 시장이 된 것이죠.”

골프에 진심인 기업 코오롱에서는 우정힐스를 무대로 한국오픈을 개최할 뿐 아니라 용품 국산화에도 나서는 등 골프 산업 전반으로 사업을 전개했다. 코오롱스포츠로 알려진 의류 사업 부문 코오롱FnC는 1990년 골프의류 브랜드 엘로드를 낸 데 이어 잭니클라우스, 왁, 최근에는 골든베어, 지포어 등으로 저변을 넓혔다.

지난 2016년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이긴다(Win At All Costs)’라는 구호를 슬로건으로 내건 콘템퍼러리 골프웨어 브랜드 왁은 코오롱 스포츠의 축적된 의류 제작 기술력에 와키(Waacky)라는 귀여운 악동 이미지의 캐릭터를 심어 젊은 골퍼를 타깃으로 런칭했다. 그리고 22년 5월에는 독립하면서 보다 활발하게 국내외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다수의 의류 브랜드가 해외에 로열티를 주고 있지만 왁은 캐릭터를 중시했고 소재, 디자인, 컬러 등에서 차별화를 시도했다. 남녀 프로골프 선수를 의류 후원했다. 전문 모델과 인지도 높은 연예인 대신 선수를 택한 것은 골프에 진심인 퍼포먼스 브랜드라는 의미였다. 여기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선수 출신 김 대표의 선구안이 빛났다.

‘이긴다’라는 WAAC 구호에 맞춰 계약한 선수들은 꿈에도 그리던 우승을 하면서 브랜드의 이미지에 호응했다. 런칭 초기부터 후원받은 케빈 나(미국)는 오랫동안 우승이 없었으나 왁을 입고 PGA투어 5승까지 거뒀다. 리브골프로 이적한 뒤에 아이언헤드 팀을 이끄는 캡틴으로 활동중이다.

실력은 뛰어나지만 최종일 무너지곤 했던 김지현은 왁과 계약하면서 2018년 KLPGA투어 시즌 3승을 거두면서 전성기를 누렸다. 오랜 슬럼프를 겪던 허미정이 2019년 왁을 입은 뒤 스코티시여자오픈을 포함해 LPGA투어에서 2승을 쌓았다. 2년 전에 호주 교포 이민지를 후원했는데 메이저 우승에 목말랐던 이민지는 최대 메이저 US여자오픈에서 우승했다.

지난해 계약한 이경훈

2018년 한국남자프로골프(KPGA)투어의 이태희를 후원하자 제네시스챔피언십에서 3년만에 우승하더니 이어 승승장구했고, 지난해 정찬민을 후원했는데 GS칼텍스매경오픈과 골프존오픈에서 2승을 거뒀다. 지난해 일본프로골프(JGTO)투어에서 활동하는 송영한을 계약하자 일본에서 열린 KBC오거스타에서 7년만에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와키 캐릭터도 매년 성장했다. 선수를 후원하는 과정에서 성공 스토리가 추가됐다. “지난해 매경오픈에서 턱수염 기른 정찬민 선수가 우승하자마자 털보 와키를 출시했는데 반응이 좋았어요.” 왁은 올 여름에는 파리 올림픽 골프 선수의 의류를 후원한다. 동시에 와키로 사회관계망(SNS) 이모티콘을 만들거나 타사와 컬래버레이션도 활발하다.

“이모티콘은 4년 정도 꾸준히 출시해 반응도 좋았던 마케팅이었습니다. 런칭 때부터 다양한 타 브랜드와 협업을 했는데 코카콜라, 디즈니, 헬로키티, 마이멜로디 그리고 플레이보이에 미국 브랜드 존스까지 다양한 브랜드들과 활발하게 컬래버레이션 했어요. 와키 캐릭터로 IP 사업을 하기 위한 초석을 다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미국 PGA용품쇼 매장

국내 골프업계에서는 드물게 캐릭터를 활용해 사업을 확장하는 브랜드다. 김 대표는 와키를 활용해 유튜브나 카툰을 만들어 커뮤니케이션하는 방법까지 고민 중이다. 개성 강한 캐릭터를 앞세운 마케팅은 글로벌 시장에서는 충분히 경쟁할 만한 전략이다. 국내 영화와 아이돌 그룹이 해외에서 인정받듯 왁은 해외 시장 진출에 진심이다.

“일본은 2020년에 파트너사를 통해 진출했는데 젊은 층에서 반응이 좋아 지금의 12개 매장을 더 늘려나갈 계획입니다. 미국은 지난해 올랜도 PGA머천다이즈쇼에 진출했는데 많은 관심을 받았고 올해도 나갈 계획이죠.” 지난해부터 PGA투어에서 활동하는 이경훈, 김성현을 후원하고 있는데 이경훈은 올랜도 용품쇼 현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미국 의류 시장은 한국과는 달리 골프장 프로샵 구매율이 높아요. 그래서 프로샵의 니즈에 맞춘 아이템들을 기획합니다. 사이즈 스펙, 체형, 선호도 등이 한국과 달라 현지화 작업도 활발하게 진행중이죠.”

미국은 한국만큼 의류 브랜드의 부침이 심한 시장은 아니지만 세계 골프의 중심이다. 왁은 현재 현재 대형 프로샵 체인인 월드와이드골프샵과 트랜디골프USA를 통해 미국 내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골프장 프로샵으로 판매처를 넓히고 있다.

미국의 존스, 플레이보이 브랜드와의 캘레버레이션 의류들

올해 국내 골프 의류 시장은 대체 어떤 변화를 가지고 전개될까? “코오롱에서 진행하는 의류 온라인 플랫폼 더카트골프(the Cart Golf)에서는 입점 브랜드만 250여 개 정도 됩니다. 입점 안된 중소 브랜드까지 합치면 국내 300여개 브랜드로 추산되는데, 그중에 40~50개사 정도가 활발하게 마케팅하는 실정입니다.”

팬데믹 기간에 패션 브랜드들이 골프 의류 시장에 들어오면서 시장의 과포화를 이루기도 했다. 젊은 세대들도 골프를 하면서 시장이 급팽창했다는 말이다. 코오롱의 지포어를 비롯해, 말본골프, 아페세, 랑방블랑 등의 해외 브랜드들이 고가 영역을 차지했다. 하지만 엔데믹 이후 빠져나간 일부 젊은 세대를 빼면 골프에 진심인 소비층만 남았다.

“결국 옷은 예쁘고, 스타일이 좋아야 하니 패션성이 필요하고 골프를 하면서 착용하니 기능성도 충족시켜야 하죠. 퍼포먼스를 살리는 동시에 패션성이 돋보이는 의류여야 살아남지요. 올해는 두 가지를 모두 충족시키는 하이브리드 스타일의 옷들이 선호되고 선택받을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더 젊어져야죠.”

필드를 나가는 골퍼는 40~50대가 주류지만 왁의 타깃은 그보다 낮은 35~44를 잡고 있다. 올해는 더 낮춰서 30대 초반으로 타깃을 잡았다. 골프 의류란 야외로 나가서 평소에 꿈꾸던 욕망을 구현하는 대체 수단이기 때문이다. “필드에서 옷은 더 젊게 입고 싶어 하시잖아요. 저희도 타깃을 거기에 맞추고 있습니다.”

남화영 기자 nam.hwayoung@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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